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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이야기(Comida, 高味多)

두릅

by 한맛 2026. 9. 29.

두릅

 

재래시장에 가면 계절을 알 수 있다. 요즘 안양 중앙시장에 가면 상인들이 너도나도 두릅, 땅두릅, 엄나무순을 진열해 놓고 있다. 두릅의 계절이다. 먹고 싶은 마음에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몇 번이나 그냥 지나쳤다.

 

작년 이맘 때 지인이 가져다 준 두릅과 엄나무순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서 지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원주에서 땅두릅을 공수해다줬다. 엎드려 절 받은 셈이다. 땅두릅은 4~5월에 땅에서 돋아나는 새순을 땅을 파서 잘라낸 것이고 나무두릅은 나무에서 나오는 새순을 잘라낸 것이라고 한다.

 

족히 1Kg은 되는 분량의 땅두릅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3컵 정도의 끓는 물에 소금 반 큰술과 식초 1큰술을 넣고 약 1분간 데쳤다. 억센 줄기를 먼저 끓는 물에 넣고 30초 정도 지난 후에 잎도 집어넣고 데쳐서 찬물에 담가서 잠열을 식혔다. 물 속에 오래 놔두면 향기가 달아날 새라 잠열이 어느 정도 없어졌을 때 얼른 꺼내어 체반에 받쳤다.

 

그 사이에 고추장 2큰술, 식초 2큰술, 설탕 2큰술을 넣어 잘 섞고 볶은 참깨를 넣고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두릅 하나를 급하게 초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마치 기름기가 낀 그릇을 세제로 닦아 깨끗한 그릇을 만질 때 뽀드득하는 소리가 나는 것처럼 두릅 향기가 입 속의 피부 한꺼풀을 걷어내고 입 안 가득히 그 향기로 덮인 것과 같은 느낌이다.

 

두릅과 초고추장의 오묘한 조화는 다른 어느 소스와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어쩌면 이렇게 맛있는 두릅을 찾아내었을까? 이 두릅의 맛을 모르는 사람들은 정말 불행한 사람들이다. 주당들이 술맛을 모르는 나를 이렇게 불쌍히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다. 모든 사람들이 두릅의 맛을 잘 알고 너도나도 두릅을 찾는다면 내 입에 들어올 두릅의 양이 줄어들 것이다.

 

두릅에는 단백질이 많고 지방, 당질, 섬유질, 인, 칼슘, 철분, 비타민 B1.B2.C와 사포닌 등이 들어 있어 혈당을 내리고 혈중지질을 낮추어 주므로 당뇨병, 신장병, 위장병에 좋다고 한다. 요즘 혈중 당 농도가 높아져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는데 오늘 먹은 두릅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 두릅의 맛을 어떻게 표현하면 가장 잘 나타낼 수 있을까?...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술과 두릅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에게 두릅주를 대접한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두릅을 먹으면서 별 생각이 다 든다.

 

오늘은 저녁 대신 두릅으로 배를 채웠다. 아니, 두릅 향기를 다른 것으로 씻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양치하는 것도 좀 참았다가 한참 후에 할 일이다. 내일 눈을 뜨면 아쉬울까봐 두릅 몇 순을 남겨두었다. 내일도 두릅으로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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